AI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 텐 & 에너자이

지난 주에 저의 예전 직장이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초대해 주셔서 Open AI의 Sam Altman과 Greg Brockman 파이어사이드챗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미 업계의 수많은 분들이 블로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은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셨네요.

생성 AI가 앞으로 세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향후 산업의 모습과 구조가 엄청난 규모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AI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도 계속 변화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들이 더 명확해 지겠지만, 저희가 지금 시점에 투자 관점에서 AI에 대해 가정하고 있는 큰틀에서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규모 언어모델 (LLM) 기반의 범용적 플랫폼: 과거 클라우드 시장처럼, 몇몇 업체들이 과점하는 형태로 재편될 듯함. 이미 두 공룡 (Microsoft, Google) 과 신생업체 한 곳 (OpenAI) 이 1라운드를 시작했지만, 그간 방대하고 독보적인 개인 데이터들을 축적해오며 AI / ML 분야에 대해 막대하게 투자해온 Facebook 도 링밖에서 멤돌다 퇴장할 것 같지는 않음. 이미 Microsoft가 ChatGPT API를 Azure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여 한 발 앞서가고 있지만, Bard를 출시한 Google 및 다른 곳들도 계속 각축전을 벌일 듯. 늘 그렇지만, 먼저 선방을 날렸다고 꼭 최종 위너가 된다는 보장은 없음. 다만, 안타깝게도 일반 스타트업들에게는 이 분야의 기회가 클 것 같지는 않음.

  2. LLM 플랫폼 (GPT 기반) 을 활용한 서비스: 여태까지 인간과 기계가 상호관계를 맺는 방식이 크게 변할때는 연관 산업에도 거대한 규모의 변화가 있었음. 사람이 개인용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윈도우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분야가 큰 산업을 이루었고,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에 접근하면서 이커머스 등 웹서비스 분야가 큰 산업을 이루었으며, 사람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위치 독립적으로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소셜 미디어 등 모바일 플랫폼이 거대한 산업을 이루었음. LLM 기반의 AI 플랫폼은, 인간이 가진 두뇌의 전두엽이 담당하던 능동적, 지능적, 생성적 프로세싱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지능에 이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들간 상호 작용의 거대한 변화로 인식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음. 따라서, LLM을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 및 서비스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는 기업들 중, 인터넷 시대의 아마존, 모바일 시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넷플릭스와 유사한 수준의 영향력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기업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있겠지만, 늘 그래왔듯이, 고객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해결하며, 성장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릴 것임. 반면 LLM의 범용적 플랫폼들이 AI 기술 및 서비스의 장벽을 일반 개발자들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크게 낮추어 버리고 있기 때문에, 언어 기반 AI 기술 구현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고, 이에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 것이므로, 서비스의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듯함. 어차피 인간이 하루에 생활하면서 어떤 서비스에 접할 수 있는 전체 시간 또한 유한하기 때문.

  3. LLM 과 다른 기술 또는 다른 섹터의 플랫폼 및 서비스: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등을 활용한 이미지 기반의 의료용 AI 서비스, 개인 정보 보호의 민감한 이슈가 존재하는 헬스케어 및 메디컬 AI 분야, 강화학습을 활용한 로봇 분야,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엣지컴퓨팅 및 스마트팩토리, 전문적인 데이터가 요구되는 법률 및 공학 분야 등 LLM이 딱히 우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기술 분야에서도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들 또한 LLM 플랫폼에 독립적으로, 또는 그들과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 이 분야에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게 될 것임. 물론 이미 LLM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 또한 위와 같은 인접 영역 또는 기술로 확장하겠지만, 그들이 보유한 LLM 기반 기술이 다른 AI 영역에서도 반드시 우위 요소가 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에 뛰어난 기술적, 전략적 역량을 보유한 일부 스타트업들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있음. 또, 대기업들로부터의 대규모 인수합병 기회도 많을 것임.

  4.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기술 및 서비스: 다양한 AI 분야의 밸류체인의 병목을 해결하고, AI 서비스가 더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기술 및 서비스들이 다수 출현할 수 있음. 예를 들면,

    • AI의 필수 리소스인 GPU를 Nvidia 한 곳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점점 더 필요해 지고 있음. 이에 AI의 특정 서비스나 기능에 최적화된 NPU 분야, 혹은 메모리 / GPU 통합 등의 분야에서 이를 해결하는 기술을 가진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을 일부 점유할 수 있음

    • AI 리소스의 할당, AI 서비스의 설계, 학습, 배포, 추론,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지원해 주는 MLOps 들이 범용적 플랫폼의 3rd party 기능 또는 보완적 기능을 제공하며 성장할 것임

    • 클라우드에 접속하지 않고, 엣지 레벨에서 AI 추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비즈니스 시나리오 - 예컨데, 모바일, 엣지 컴퓨팅, IoT 기기 등을 활용한 분야 - 에서는, 고도의 연산을 통한 추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초경량화된 AI 모델 및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임

저희 포트폴리오 중에는 3번에 해당하는 영역, 즉, LLM 기반 기술과는 별도로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개발하여, 전문화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혈관조영술과 관상동맥중재술 등 심혈관 분야에 적용되는 AI 엔진을 개발하여 FDA 의료기기 승인까지 마친 메디픽셀, 공장의 다양한 장비들로부터 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공장 운영과 에너지 사용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젠틀에너지 등이 그 사례인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4번에 해당하는 영역의 스타트업 두 곳에 투자를 집행하게 되었습니다.

  • 텐 : Kubernetes 기반으로 GPU 를 포함한 자원 및 리소스 활용을 최적화하고, 이들 리소스의 할당, 학습, 배포, 추론, 모니터링 전반의 기능을 제공하는 MLOps 플랫폼 (참조기사)

  • 에너자이 : 자동차, 드론, 스마트팩토리, 모바일 기기 등 엣지 컴퓨팅 환경에 적합한 데이터 선처리, AI 모델 및 하드웨어 최적화를 통해 엣지 기반의 AI 모델 기술을 제공함 (참조기사)

흥미로운 부분은 두 회사가 반대되는 시장을 지향한다는 점인데요. 텐은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업스케일 기반의 AI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주력하는데 반해, 에너자이는 경량화된 가벼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상대적으로 고도의 AI 기능을 탑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세진 대표님, 장한힘 대표님, 고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죠? 최근 생성 AI 분야는,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막대한 투자가 집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AI 기업에 투자를 하든, 또 어떤 밸류로 투자가 이루어지든, 각 투자자들과 창업가들이 서로 결정할 일이긴 하죠. 그런데, 저희는, 큰 트렌드가 올때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성공 이면에, 꽤 주목받던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또다시 상기해 보려 합니다. 과연 우리가 이 희박한 확률로 성공할 기업을 선택하는 선구안을 가진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왜냐하면, 분명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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