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SaaS로 맞짱뜨기 - Allo (BeeCanvas)
저희 포트폴리오 회사 중 원격 교육 또는 원격 업무를 위한 SaaS 제품인 Allo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BeeCanvas는 최근 기사에 많이 나온 Zoom의 전략적 투자를 받은 점 이외에도, 여러모로 특별한 회사입니다.
우선 국내에서 드물게 공동 창업자 두 분 모두 대학을 자퇴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또, 지금은 사례들이 적지 않지만, 한국 회사로 시작해서 미국 회사로 플립을 한 케이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점은 SaaS 분야에서 완전 순수 정통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승부를 하는 매우매우 희소한 한국 회사라는 점입니다.
매일경제 기사 : https://m.mk.co.kr/news/it/view/2022/02/170338/
이번 라운드는 저희가 팔로온 투자를 하였고, 한국에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미국에서는 Zoom이 전략적 투자사로 참여하였습니다.
비캔버스는 2015년에 한국에서 창업해서 사업을 운영한지 7년차의 기업이 되었죠. 어떤 기업의 창업자들이 자사의 제품에 애착이 없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BeeCanvas의 창업자분들은 유독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합니다.
사실 정통 소프트웨어 분야는 각 영역별로 무수히 많은 경쟁사들이 있고,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아 승자가 되는 경향이 유독 강합니다. AI, 딥러닝 회사들처럼 고객 파트너들로부터 대량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영업력, 또는 커머스 회사들처럼 판매자들로부터 단독 제품을 소싱하거나 구매자들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제품 이외의 부차적 요소로 비즈니스를 끌어올릴 여지가 훨씬 작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사용자들의 참을성이 유독 낮다보니, 안좋은 제품은 사용자들의 이탈로 바로 연결되고 이들은 한 번 떠나면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좋은 제품은 사용자 리텐션이 대단히 높습니다. 일단 한 번 쓰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캔버스처럼 창업자들의 퀄리티에 대한 애착 (혹은 집착?) 이 유독 중요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처음 비캔버스에 투자할 2019년 당시만 해도, 회사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이고, 지금처럼 사용자수가 많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유한 사용자들로부터 높은 리텐션 수치를 보이고 있었고, 사용자들이 직접 블로그를 쓰거나 심지어 사용법에 대한 책을 낼 정도로 매니아 층도 형성되어 있었죠.
그 이후 3년동안 BeeCanvas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Accelerator 인 Alchemist 에 지원하여 성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안착하였고, 전세계의 월별 활성사용자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미국 기업으로 플립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BeeCanvas 브랜드 대신 Allo로 리브랜딩도 했죠.
사실 국내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플립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너무 많이 발전해서, 이제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해서 전세계의 어떤 국가보다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컨텐츠, 라이프스타일, 소비재 쪽의 기술 기업이나 심지어 인공지능 같은 딥테크 분야도 한국이 많은 부분 선도해 나가고 있고, 과거 성공하신 1세대 창업자분들, 투자사, 정부, 액셀러레이터, 성공한 테크 회사들이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써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POP을 하고 싶으면 한국으로 오고, 축구를 하고 싶으면 영국으로 가고, 금융을 하려면 여의도나 맨하탄에 가고, 서핑을 타려면 양양이나 발리를 가듯이, 정통 소프트웨어 SaaS 로 진검 승부를 하고 싶다면, 실리콘밸리로 가는 것에 장점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해 보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있고, 이들을 연결할 멘토들이 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전세계 사용자들을 상대로 그로쓰해킹 (Growth hacking) 을 해본 배테랑 Product Manager 들이 있고, SaaS에 어떤 유료화 모델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지 아는 인력들이 있고, 이런 SaaS 기업들에 어떤 도움을 제공해야 할지 아는 투자자들이 있고, 많은 SaaS 기업들이 적절한 과정에 상장된 나스닥 상장 시장이 있기 때문이죠.
홍용남 대표님, 경병현 이사님, 그리고 박준형 이사님, 본토에서 SaaS로 맞짱 한 번 뜹시다.